차분하게 그림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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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창시유량풍지 北窓時有凉風至] - 북창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2. 26. 13:37
책과 술병이 가득한 벽장이 열려있고, 이어서 방안의 문이 바깥으로 열려있다. 작가는 크고 작은 문을 열어 크게 두 번의 시선 이동을 의도했고, 그 동선의 끝에 시를 적어 감상자의 시선이 한동안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최북이 화제로 인용한 시문은 원(元)의 서화가 조맹부(趙孟頫 1254-1322)의 『송설재집 松雪齋集』에 실려있고, 원문의 마지막 두 구절을 화제로 삼았다. 【題跋 제발】 조맹부의 시를 인용. 北窓時有凉風至 북창시유량풍지 閑寫黃庭一兩章 한사황정일량장 북쪽 창에 때가 되어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한가로이 황정경 한 두 장 베껴본다. 毫生館 호생관 붓으로 먹고사는 사람. 【印】 毫生館 (호생관) 【조맹부의 원시】 古墨輕磨滿几香 고묵경마만궤향 硯池新浴燦生光 연지신욕찬생광 北窓時有凉風至 북창시유량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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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시의도권 草亭詩意圖券] - 吳鎭 (오진, 1280~1354)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2. 13. 23:45
화가는 초가정자(草亭)에서 자연, 거문고, 책을 즐기는 자신의 한 평생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끝이 닳아 뭉툭한 붓에 습윤한 먹(湿墨)으로 초야에 묻혀 지내는 심정을 그리고 있다. 송나라 사람들은 산수를 추구하고(宋人丘壑), 원나라 사람들은 필묵을 추구한다(元人筆墨)는 말이 있다. 북송의 산수화는 자유로이 노닐며 살아볼 만한 경치를 추구했다. 산수에 대한 깊은 관찰과 체험으로 산수를 큰 물체(大物)로 인식 되었고, 군자는 이를 닮아 천품을 수양하고자 했다. 산수를 사랑하고 갈망하는 마음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필묵의 사용과 감각표현에 집중 되어 기법과 기교는 더욱 섬세해 졌다. 원대의 화가들은 북송의 자연친화적 산수관을 추구하면서도 산수 자체 보다는 필묵을 사랑하고 추구하는 경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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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담소도 松下談笑圖] - 이인문이 그리고, 김홍도가 쓰다.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2. 4. 23:45
「송하담소도松下談笑圖」는 힘찬 필력으로 그려올린 소나무 아래 두 사람이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이인문은 대담한 구도로 화면의 오른쪽에서 갈지자(之)의 소나무가 불쑥 솟아 오르도록 배치했다. 초묵의 태점으로 호방하게 마무리한 이 멋진 소나무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으며 화면 속으로 감상자를 끌어들인다. 크게크게 쳐 내려간 전면의 바위와 소나무는 대(對)를 이루며 화면의 균형을 이룬다. 소나무와 물이 만나는 곳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을까? * 송하담소 (松下談笑)는 "소나무 아래에 이야기 꽃이 피다." 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송하담소도 (松下談笑圖), 송하한담도(松下閑談圖)로 알려져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소장품명을 이인문필산수도 (李寅文筆山水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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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청앵도 馬上聽鶯圖] - 김홍도가 그리고 이인문이 감상하다.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1. 27. 23:45
【그림】 은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는다는 뜻이다. 화면의 중앙에 말을 타고 가는 사람과 시동은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다.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황금빛 꾀꼬리 한쌍이 들려주는 봄의 소리를 마주하게 된다. 제목에 담긴 뜻을 화면에 남김없이 표현하고 있어서 감상자의 시각과 청각은 봄의 색과 소리를 상상할 수 있다. 겨울로 들어서는 11월 말이면 바구니 가득 귤(밀감)을 담아놓고 돌아올 봄의 색과 소리를 그리게 된다. 이 그림은 김홍도가 그리고 이인문이 시를 지었다. 서체가 단원의 글씨이므로 단원이 직접 제발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인문이 지은 시를 단원이 옮겨 쓴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듯하다. 두 사람은 도화서의 동갑내기 친구로 오랜 시간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며 교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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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鎭 (오진, 1280~1354) : 노화한안도 芦花寒雁圖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1. 13. 23:22
갈대꽃과 가을 기러기를 그린 노화한안도(芦花寒雁图)는 전경의 갈대숲, 중경의 바위, 원경의 먼 산이 모두 수평으로 배치되어있다. 이는 좁고 긴 화폭에서 넓은 강의 전경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구도이다. 무성한 갈대꽃 사이에서 헤매는 작은 배 위에는 고개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는 어부가 있다. 그의 몸은 바다를 향하고, 그의 눈은 하늘을 향해 있다. 작가는 전경의 갈대수풀 사이에 어부를 배치하여 감상자가 어부의 시선을 따라 화면의 풍경 속으로 들어 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있다. 【自跋】 點點青山照水光,飞飞寒雁背人忙。 점점청산조수광,비비한안배인망 衝小浦,转横塘,蘆花两岸一朝霜。 충소포 전횡당,로화양안일조상 점점이 청산이 비치는 물빛, 날아오르는 가을 기러기 너머로 분주한 사람. 좁은 포구를 향하여 가로놓인 방죽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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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鎭 (오진, 1280~1354) : 노탄조정도 蘆灘釣艇圖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1. 4. 21:59
가을 석양이 지고 새벽달이 뜨도록, 낚싯대를 걸어두고 고기는 잡지않는 어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自跋】 紅葉村西夕影餘,黃蘆灘畔月痕初。 홍엽촌서석영여,황로탄반월흔초 輕撥棹,且歸歟,挂起漁竿不釣魚。 경발도,저귀여,괘기어간불조어 梅老戲墨 매노희묵 마을 서쪽 단풍잎에 석양 빛이 남아있고, 물가의 황금빛 갈대에 희미한 새벽 달 그림자 조용하네. 노 젓기를 가벼이 여기며 돌아가기를 머뭇거리는가, 낚싯대 걸어두고 고기를 낚지 않네. 매화노인이 먹으로 장난삼아 그리다. *月痕 (달 월, 흔적 흔) ①새벽녘의 거의 사라져가는 달그림자 ②새벽달, 새벽녘까지 남아 있어 빛이 희미해진 달. ③그믐달 *初 (처음 초) ①처음, 시작, ②조용하다. ③느릿하다. *且 ①또 차, ②머뭇거릴 저 *歟 어조사 여 *挂起(걸 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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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鎭 (오진, 1280~1354) : 동정어은도(洞庭漁隱圖, 어부가 은거하는 동정호)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0. 13. 17:20
오진은 자연 속에서 은일하는 어부를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산수속에 인물을 적절히 배치하여 은자(隱者)의 소박한 뜻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대표적으로 동정어은도(洞庭漁隱图)는 저장성 가흥의 동쪽, 동정호의 가을 호산을 그린 그림이다. 두 언덕 사이에 하나의 강을 그리는 구성을(一河兩岸式的構圖) 채택했다. 전경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높이 솟아 있고, 그 뒤로 고목 한 그루가 기울어져 있다. 후경에는 강기슭이 산비탈로 비스듬히 이어진 모습을 그렸다. 【自跋】洞庭湖上晚風生, 風攪湖心一葉横。동정호상만풍생, 풍교호심일엽횡。蘭棹穩 草花新, 只釣鱸魚不釣名。난도온 초화친, 지조로어불조명。 至正元年秋九月 梅花道人戲墨。 지정원년추구월 매화도인희묵 동정호(후난성 담수호) 위에 저녁바람이 일고, 바람이 호수의 마음을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