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게 그림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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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송풍도 萬壑松風圖] - 李唐 (이당, 1066~1150)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2. 3. 2. 19:44
「만학송풍도 萬壑松風圖」는 제목처럼 첩첩이 겹쳐진 깊고 큰 골짜기(萬壑)와 소나무 숲의 바람(松風)을 그린 그림이다. 압도적인 바위산이 중앙에 위치하고 산꼭대기에는 수림이 빽빽하다. 거대한 석산이 유유히 흐르는 물가에 우뚝 솟아있고, 부드러운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니, 바위산은 더욱 단단하고 굳세 보인다. 산 아래에는 푸른 소나무가 두세 그루씩 짝지어 조밀하게 우거져있고, 그 옆으로 난 길은 산비탈을 돌아 사라져 버리니 산의 깊이를 알 수 없다. 특히 화면 전반에 부벽준(斧劈皴)을 사용해 그림 자체에 강인한 인상을 심어 준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산의 크기만큼이나 그 무게감을 묘사해 내는데 많은 공을 들였는데, 도끼로 찍은듯한 느낌의 준(皴)을 여러 번 중첩하여 중후한 바위의 거친 질감과 석산의 입체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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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창시유량풍지 北窓時有凉風至] - 북창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2. 26. 13:37
책과 술병이 가득한 벽장이 열려있고, 이어서 방안의 문이 바깥으로 열려있다. 작가는 크고 작은 문을 열어 크게 두 번의 시선 이동을 의도했고, 그 동선의 끝에 시를 적어 감상자의 시선이 한동안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최북이 화제로 인용한 시문은 원(元)의 서화가 조맹부(趙孟頫 1254-1322)의 『송설재집 松雪齋集』에 실려있고, 원문의 마지막 두 구절을 화제로 삼았다. 【題跋 제발】 조맹부의 시를 인용. 北窓時有凉風至 북창시유량풍지 閑寫黃庭一兩章 한사황정일량장 북쪽 창에 때가 되어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한가로이 황정경 한 두 장 베껴본다. 毫生館 호생관 붓으로 먹고사는 사람. 【印】 毫生館 (호생관) 【조맹부의 원시】 古墨輕磨滿几香 고묵경마만궤향 硯池新浴燦生光 연지신욕찬생광 北窓時有凉風至 북창시유량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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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시의도권 草亭詩意圖券] - 吳鎭 (오진, 1280~1354)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2. 13. 23:45
화가는 초가정자(草亭)에서 자연, 거문고, 책을 즐기는 자신의 한 평생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끝이 닳아 뭉툭한 붓에 습윤한 먹(湿墨)으로 초야에 묻혀 지내는 심정을 그리고 있다. 송나라 사람들은 산수를 추구하고(宋人丘壑), 원나라 사람들은 필묵을 추구한다(元人筆墨)는 말이 있다. 북송의 산수화는 자유로이 노닐며 살아볼 만한 경치를 추구했다. 산수에 대한 깊은 관찰과 체험으로 산수를 큰 물체(大物)로 인식 되었고, 군자는 이를 닮아 천품을 수양하고자 했다. 산수를 사랑하고 갈망하는 마음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필묵의 사용과 감각표현에 집중 되어 기법과 기교는 더욱 섬세해 졌다. 원대의 화가들은 북송의 자연친화적 산수관을 추구하면서도 산수 자체 보다는 필묵을 사랑하고 추구하는 경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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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담소도 松下談笑圖] - 이인문이 그리고, 김홍도가 쓰다.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2. 4. 23:45
「송하담소도松下談笑圖」는 힘찬 필력으로 그려올린 소나무 아래 두 사람이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이인문은 대담한 구도로 화면의 오른쪽에서 갈지자(之)의 소나무가 불쑥 솟아 오르도록 배치했다. 초묵의 태점으로 호방하게 마무리한 이 멋진 소나무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으며 화면 속으로 감상자를 끌어들인다. 크게크게 쳐 내려간 전면의 바위와 소나무는 대(對)를 이루며 화면의 균형을 이룬다. 소나무와 물이 만나는 곳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을까? * 송하담소 (松下談笑)는 "소나무 아래에 이야기 꽃이 피다." 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송하담소도 (松下談笑圖), 송하한담도(松下閑談圖)로 알려져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소장품명을 이인문필산수도 (李寅文筆山水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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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청앵도 馬上聽鶯圖] - 김홍도가 그리고 이인문이 감상하다.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1. 27. 23:45
【그림】 은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는다는 뜻이다. 화면의 중앙에 말을 타고 가는 사람과 시동은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다.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황금빛 꾀꼬리 한쌍이 들려주는 봄의 소리를 마주하게 된다. 제목에 담긴 뜻을 화면에 남김없이 표현하고 있어서 감상자의 시각과 청각은 봄의 색과 소리를 상상할 수 있다. 겨울로 들어서는 11월 말이면 바구니 가득 귤(밀감)을 담아놓고 돌아올 봄의 색과 소리를 그리게 된다. 이 그림은 김홍도가 그리고 이인문이 시를 지었다. 서체가 단원의 글씨이므로 단원이 직접 제발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인문이 지은 시를 단원이 옮겨 쓴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듯하다. 두 사람은 도화서의 동갑내기 친구로 오랜 시간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며 교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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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鎭 (오진, 1280~1354) : 노화한안도 芦花寒雁圖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1. 13. 23:22
갈대꽃과 가을 기러기를 그린 노화한안도(芦花寒雁图)는 전경의 갈대숲, 중경의 바위, 원경의 먼 산이 모두 수평으로 배치되어있다. 이는 좁고 긴 화폭에서 넓은 강의 전경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구도이다. 무성한 갈대꽃 사이에서 헤매는 작은 배 위에는 고개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는 어부가 있다. 그의 몸은 바다를 향하고, 그의 눈은 하늘을 향해 있다. 작가는 전경의 갈대수풀 사이에 어부를 배치하여 감상자가 어부의 시선을 따라 화면의 풍경 속으로 들어 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있다. 【自跋】 點點青山照水光,飞飞寒雁背人忙。 점점청산조수광,비비한안배인망 衝小浦,转横塘,蘆花两岸一朝霜。 충소포 전횡당,로화양안일조상 점점이 청산이 비치는 물빛, 날아오르는 가을 기러기 너머로 분주한 사람. 좁은 포구를 향하여 가로놓인 방죽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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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鎭 (오진, 1280~1354) : 노탄조정도 蘆灘釣艇圖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1. 4. 21:59
가을 석양이 지고 새벽달이 뜨도록, 낚싯대를 걸어두고 고기는 잡지않는 어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自跋】 紅葉村西夕影餘,黃蘆灘畔月痕初。 홍엽촌서석영여,황로탄반월흔초 輕撥棹,且歸歟,挂起漁竿不釣魚。 경발도,저귀여,괘기어간불조어 梅老戲墨 매노희묵 마을 서쪽 단풍잎에 석양 빛이 남아있고, 물가의 황금빛 갈대에 희미한 새벽 달 그림자 조용하네. 노 젓기를 가벼이 여기며 돌아가기를 머뭇거리는가, 낚싯대 걸어두고 고기를 낚지 않네. 매화노인이 먹으로 장난삼아 그리다. *月痕 (달 월, 흔적 흔) ①새벽녘의 거의 사라져가는 달그림자 ②새벽달, 새벽녘까지 남아 있어 빛이 희미해진 달. ③그믐달 *初 (처음 초) ①처음, 시작, ②조용하다. ③느릿하다. *且 ①또 차, ②머뭇거릴 저 *歟 어조사 여 *挂起(걸 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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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鎭 (오진, 1280~1354) : 어부도 (魚父圖), 1342년작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1. 2. 19:32
가을밤 푸른 달빛 아래 강 풍경을 그린 어부도(魚父圖)는 63세의 화가가 생의 말년에 그린 수작이다. 전경의 두 그루 나무 뒤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숨어있는 초가 정자가 있다. 정자를 지나 갈대숲에 이르면 저 멀리 오른쪽으로 조용한 배 하나가 두 사람을 태운 모습이 보인다. 이 작은 배를 시작으로 넓은 강이 펼쳐지고 물결은 맞은편 둔덕으로 이어져 중경을 이룬다. 둔덕 사이의 물길을 따라 들어가면 원경에 이르는데, 담한 먹으로 간략하게 그렸지만 안개 자욱한 정취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다. 이 그림은 화면의 위 아래로 둔덕을 배치하고 그 사이에 흐르는 큰 강을 가로놓았는데(一河兩岸式), 이는 가까운 언덕에서 탁 트인 풍경(활원闊遠)을 그리는 산수화풍으로 원대에 유행한 형식이다. 우리의 시선은 전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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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鎭 (오진, 1280~1354) : 어부도 (魚父圖), 1342년작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1. 1. 23:14
예로부터 은사(隱士)의 마음은 고기 잡고(渔), 나무하고(樵), 밭 갈고(耕), 독서하는(讀) 모습으로 여러 문예작품에 표현되었다. 오진은 속세를 멀리하고 은일(隱逸)하는 자신의 생활방식과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배를 타고 낚시하는 어부(漁恩) 도상을 자주 그렸다. 먹으로 높은 산과 나무를 그려 화면을 채우고 넓은 물과 하늘은 여백으로 남겨 두었다. 커다란 화폭의 주인은 작은 배에 홀로 앉은 뜻을 그리고 또 그리지 않음으로써 동시에 완성했다. 1336년,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려진 어부도(渔父图)는 토산과 암산을 구분한 표현법이 특징적이다. 넓적하게 완만한 토산은 피마준으로 충실하게 그렸고, 저 말리 암산은 습윤한 붓으로 간략하게 표현했다. 산봉우리 너머로 암벽이 중첩되고 멀리 있는 것일 수록 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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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鎭 (오진, 1280~1354) : 추강어은도 (秋江漁隱圖)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0. 14. 23:04
추강어은도(秋江漁隱图)는 초가을 강빛에 어우러진 어부의 모습을 그렸다. 전경은 바위 위로 세 그루의 소나무가 우뚝 솟아 있다. 중경은 높은 절벽과 그 아래로 폭포가 깊숙이 떨어져 가파른 산세를 강조한다. 전경과 중경이 만나 구축한 웅장함은 멀리 가로놓인 산과 강의 차분한 후경과 대비되어 각자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自跋】 : (草書) 江上秋光薄, 楓林霜葉稀。斜陽隨樹轉, 去雁背人飛。강상추광박, 풍림상엽희。사양수수전, 거안배인비。雲影連江滸, 漁家並翠微。沙漚如有約, 相伴釣船歸。운영운강호, 어가병취미。사구여유약, 상반조선귀 梅花道人戲墨。매화도인희묵。 강 위에 가을빛이 엷어, 단풍숲에 서리 맞은 단풍잎이 드물다.지는 해의 빛은 나무를 따라 넘어가고, 기러기는 남몰래 날아 떠나간다.구름의 그림자는 강가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