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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하담소도 松下談笑圖] - 이인문이 그리고, 김홍도가 쓰다.
    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2. 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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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하담소도松下談笑圖」는 힘찬 필력으로 그려올린 소나무 아래 두 사람이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이인문은 대담한 구도로 화면의 오른쪽에서 갈지자(之)의 소나무가 불쑥 솟아 오르도록 배치했다. 초묵의 태점으로 호방하게 마무리한 이 멋진 소나무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으며 화면 속으로 감상자를 끌어들인다. 크게크게 쳐 내려간 전면의 바위와 소나무는 대(對)를 이루며 화면의 균형을 이룬다. 소나무와 물이 만나는 곳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을까?



    * 송하담소 (松下談笑)는 "소나무 아래에 이야기 꽃이 피다." 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송하담소도 (松下談笑圖), 송하한담도(松下閑談圖)로 알려져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소장품명을 이인문필산수도 (李寅文筆山水圖)로 소개하고 있다. 

     

     

     

    【그림】

     

     

    이인문, 송하담소도 松下談笑圖, 지본담채, 109.4×57.9㎝, 국립중앙박물관

     

     

     

    이 그림은 이인문이 그림을 그리고 김홍도가 글을 써서 완성했다. 그림이 그려진 1805년은 1745년생인 두 친구가 환갑이 되던 해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친구의 그림에 화답하기 위해 단원은 왕유의 시를 써 제발했다. 제시에 쓰인 왕유(王維)의 종남별업(終南別業)은 시인이 말년에 종남산 기슭에 마련한 망천장(輞川莊)이라는 별장에서 세상을 잊고 유유자적하는 삶을 노래한 시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왕유(王維)의 종남별업(終南別業)

    中歲頗好道, 晩家南山陲
    중세파호도, 만가남산수
    興來每獨往, 勝事空自知
    흥래매독왕, 승사공자지
    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
    행도수궁처, 좌간운기시
    偶然値林叟, 談笑無還期
    우연치림수, 담소무환기 

    중년에 자못 도를 좋아하여, 늦으막이 남산 부근에 집을 장만했네.
    흥이 오르면 언제나 홀로 나가, 뛰어난 경치에 스스로를 비우네. 
    걷다가 물이 그치는  곳에 이르러, 자리잡고 앉아 구름이 일어나는 때를 보네.
    우연히 숲속의 노인을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니 돌아올 기약 없네.

     

    단원은 원 시의 3, 4구와 5, 6구의 순서를 바꾸어 썼고, 좌간운기시(坐看雲起時)에서 기(起) 자를 빼먹는 실수를 연발했는데, 함께 그림그리고 시를 쓰며 흥이 무르익어가는 현장의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어 오히려 재미있다. 시구를 적어 놓은 글 말미에는 이 그림이 완성된 장소와 시간,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즐겼던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김홍도 (金弘道, 1745년 ~?) : 조선 후기 화가, 자는 사능(士能), 호는 단원(檀園), 단구(丹邱), 서호(西湖), 고면거사(高眠居士), 취화사(醉畵士), 첩취옹(輒醉翁).

    *이인문 (李寅文, 1745~?) : 조선 후기 화가, 자는 문욱(文郁), 호는 유춘(有春),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觀道人), 기성유수고송관도인(碁聲流水古松館道人), 송수관도인(松水館道人), 도인(道人), 자연옹(紫煙翁), 

    * 왕유 (王維, 699-759) : 唐 시인, 음악가, 화가, 화론가, 자는 마힐(摩詰), 상서우승(尚書右丞)의 벼슬을 하여 왕우승이라 불린다. 시정(詩情)이 깃든 파묵산수로 남종 문인화의 시조로 꼽힌다. 만년에 송지문(宋之問)의 별장을 구입하여 망천장(輞川莊)이라 이름짓고 여기에 은거했다. 이 곳에서 승려들과 교류하며 불교에 경도되었고, 이후에 시불(詩佛)이라 일컬어진다.

    *別業(나눌 별, 업 업) 살림집 외에 경치 좋은 곳에 따로 지어 놓고 때때로 묵으며 쉬는 집

     

     

     

     

     

    이인문, 송하담소도 松下談笑圖 부분, 지본담채, 109.4×57.9㎝, 국립중앙박물관

     

     


     【題跋 제발】 김홍도가 왕유의 오언고시「종남별업終南別業」을 제시로 씀.

     

    中歲頗好道, 晩家南山陲

    중세파호도, 만가남산수

    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

    행도수궁처, 좌간운(기)시

    興來每獨往, 勝事空自知

    흥래매독왕, 승사공자지

    偶然値林叟, 談笑無還期

    우연치림수, 담소무환기

     

    乙丑元月道人與丹邱 書畵于瑞筆齋中 贈六逸堂主人

    을축원월도인여단구 서화우서묵재중 증육일당주인.

    시방진오탄이원담가

     

    중년에 자못 도를 좋아하여, 늦으막이 남산 부근에 집을 마련했네.

    걷다가 물이 그치는  곳에 이르니, 자리잡고 앉아 구름이 (일어나는) 때를 보네.

    흥이 오르면 언제나 홀로 나가, 뛰어난 경치에 스스로를 비우네. 

    우연히 숲속의 노인을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니 돌아올 기약이 없네.

     

    을축년(1805, 순조 5) 정월, 도인(이인문)과 단구(김홍도)가 서묵재(박유성의 집)에서 쓰고 그려 육일당 주인에게 선사하다.

    이때 방진오가 악기를 타고 이원담이 노래하다.

     

     

    *勝事(경치가 좋을 승, 일 사) 좋은 일. 훌륭한 일. 뛰어난 경치.

    *自知 : 도덕경 33장에 나오는 말. 자신을 분명히 아는 것(自己明了). 자연히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自然知晓).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명운(命运)을 아는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老子》第三十三章
    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지인자지 자지자명
    승인자유력 자승자강
    知足者富, 强行者有志, 不失其所者久, 死而不亡者壽
    지족자부 강행자유지
    부실기소자구 사이불망자수

    다른사람을 아는것은 지혜로운 것이요, 나를 아는 것은 밝은것이다.
    다른사람을 이기는 것은 힘이 있는 것이고, 자신을 이기는 것은 강한것이다.
    만족할줄 아는 것이 넉넉한 것이요, 힘써 실천하는 것에 뜻이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는것이 오래 머무르는 것이고, 죽음으로써 죽지 않는것이 장수 하는 것이다.

     

    *起 : 원시에 있지만 단원이 실수로 쓰지 않은 글자.

    *瑞筆齋 (서묵재) : 박유성(朴維城, ?~?) 조선후기 화가, 호는 서묵재(瑞墨齋), 화원으로 정3품 절충을 지냈다. 『화사보략(畫士譜略)』에 그림을 잘 그렸다고 전한다.
    *元月 : 정월

    *死而不亡 죽을 각오로 위기에 대처하는 자는 반드시 생의 길을 얻는다는 뜻.

     

     

     

    李寅文印 (이인문인)

    文旭 (문욱)

     

     

     

     

     


    【감상하기】 

    www.youtube.com/watch?v=atmfXP11Tuk

     


             

    【소장처】 국립중앙박물관

     

     

    【참고자료 및 사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www.museum.go.kr/site/main/relic/search/view?relicId=25365#

    이인문필 산수도 | 소장품 검색

    국립중앙박물관,

    www.museum.go.kr

     

     

     

    【참고도서】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 남만성 역, 乙酉文化社,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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