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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위치 天地位置 - 청재당화학천설 靑在堂畫學淺說개자원화보 芥子園畵譜/본문읽기 2022. 4. 8. 18:48728x90
【원문】 天地位置
凡經營下筆,必留天地。何謂天地。有如一尺半幅之上,上留天之位,下留地之位,中間方主意定景。竊見世之初學,據爾把筆,塗抹滿幅。看之填塞人目,已覺意阻,那得取重於賞鑒之士。
鹿柴氏曰徐文長論畫,以奇峰絕壁,大小懸流,怪石蒼松,幽人羽客。大抵以墨汁淋漓,煙嵐滿紙,曠若無天,密若無地為上。此語似與前論未合,曰文長乃瀟灑之士,卻於極填塞中具極空靈之致。夫曰曠若曰密,如於字縫早逗露矣。
【독해】 하늘과 땅의 자리.
무릇 구도를 잡아 붓을 쓸 때는, 반드시 하늘과 땅을 남겨 두어야 한다. 무엇을 하늘과 땅이라 하는가. 일척 반폭의 화폭상에, 위는 하늘의 자리로 남겨 두고, 아래는 땅의 자리로 남겨 두며, 중간 부분은 뜻에 따라 경물을 정하는 것과 같다. 세상의 초학자를 엿보니, 잡은 붓을 움켜쥐고, 화폭을 가득 칠하였으니, 사람의 눈을 틀어막은 것으로 보아, 이미 깨달음의 의미를 막은 것이라, 어찌 감상하는 사람이 중(重)함을 취하여 터득하겠는가.
녹시씨가 이르기를, 서문장은 기이한 봉우리와 절벽, 크고 작은 폭포, 괴석과 푸른 소나무, 은자(隱者)와 신선(神仙)에 따라 그림을 논했다. 무릇 흥건한 먹즙으로, 안개와 아지랑이로 지면을 가득 채워서, 광활하기가 하늘이 없는 것 같고, 빽빽하기가 땅이 없는듯한 것을 최고라 했다. 이 말이 앞서 논한 바와 부합하지 못하는 듯하여, 이르기를 서문장은 소쇄한 사람이니, 도리어 아주 가득 메우는 중에도 지극한 여백의 정취를 구축했다고 했다. 대저 광활하다고 한 것이나 빽빽하다고 한 것은, 글자 사이에 이미 진의(眞意)를 머금고 있었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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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天地位置
천지위치
凡經營下筆,必留天地。
범경영하필,필유천지。하늘가 땅의 자리.
무릇 구도를 잡아 붓을 쓸 때는, 반드시 하늘과 땅을 남겨 두어야 한다.*經營(경영) : 『시경 詩經』, 「대아 大雅」에 주 문왕이 영대를 처음 경영하여, 그것을 측량하고 지으려 하니, 여러 백성이 그 일에 나서서, 그 것을 이루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經始靈臺 經之營之庶民攻之 不日成之.)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經之營之(영지경지)의 준말이 경영(經營)이다. 경經은 경계를 정하여 측량하는 것이고, 영營은 계획하여 짓는다는 의미이다. 그림에서는 신중하게 구도(composition)를 잡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留(남길 유) : 보류하다. 보존하다. 남겨두다.
何謂天地。有如一尺半幅之上,上留天之位,下留地之位,中間方主意定景。
하위천지。유여일척반폭지상,상유천지위,하유지지위,중간방주의정경。무엇을 하늘과 땅이라 하는가. 일척 반폭의 화폭상에, 위는 하늘의 자리로 남겨 두고, 아래는 땅의 자리로 남겨 두며, 중간 부분은 뜻에 따라 경물을 정하는 것과 같다.
* 有如(유여) : 마치 ~와 같다. ~와 비슷하다.
竊見世之初學,據爾把筆,塗抹滿幅。
절견세지초학,거이파필,도말만폭。세상의 초학자를 엿보니, 잡은 붓을 움켜쥐고, 화폭을 가득 칠하였다.
* 爾(이) : 此
* 把筆(파필) : 필을 잡음.
* 塗抹(도말) : 칠하다. 바르다. 마구 바르다. / 겉에 무엇을 발라 본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 / 이리저리 덧발라 꾸며댐.
看之填塞人目,已覺意阻,那得取重於賞鑒之士。
간지전새인목,이각의조,나득취중어상감지사。사람의 눈을 틀어막은 것을 보니, 이미 깨달음의 의미를 막은 것이라, 어찌 감상하는 사람이 중(重)함을 취하여 터득하겠는가.
* 填塞(전새) : 메우다. 꽉 들어차다. 틀어막다.
* 賞鑒(상감) : 감상하다. 감상 평가하다.
鹿柴氏曰徐文長論畫,以奇峰絕壁,大小懸流,怪石蒼松,幽人羽客。
녹시씨왈서문장논화,이기봉절벽,대소현유,괴석창송,유인우객。녹시씨가 이르기를, 서문장은 기이한 봉우리와 절벽, 크고 작은 폭포, 괴석과 푸른 소나무, 은자(隱者)와 신선(神仙)에 따라 그림을 논했다.
* 徐文長 : 명대 문인 서위(徐渭, 1521-1593)를 말함. 자는 문청(文淸), 문장(文長), 천지(天池). 호는 청등(淸藤), 천지생(天池生), 전수월(田水月), 금루(金垒) 등. 다재다능하여 스스로, 서예가 제일, 시가 제이, 문장이 제삼, 그림이 제사라고 했다. 분방한 필세는 기이해서 독특한 풍격을 이루었고, 묵색이 아름다워 진계유(陣繼儒), 팔대산인(八大山人)등 근세의 문인과 묵희(墨戲)에 큰 영향을 끼쳤다.
*幽人(유인) : 속세를 피해 조용히 사는 사람. 은자(隱者). 은사(隱士). 은둔하여 사는 사람.
* 羽客(우객) : 전설에 나오는 날개가 있는 신선(神仙). 선인(仙人). 도사(道士).
大抵以墨汁淋漓,煙嵐滿紙,曠若無天,密若無地為上。
대저이묵즙임리,연남만지,광약무천,밀약무지위상。무릇 흥건한 먹즙으로, 안개와 아지랑이로 지면을 가득 채워서, 광활하기가 하늘이 없는 것 같고, 빽빽하기가 땅이 없는듯한 것을 상이라 했다.
* 淋漓(임리) : (흠뻑 젖어) 뚝뚝 떨어지다. 줄줄 흐르다. 흥건하다.
* 煙嵐(연람) : 남기(嵐氣 : 산속에 생기는 아지랑이 같은 기운). 해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此語似與前論未合,曰文長乃瀟灑之士,卻於極填塞中具極空靈之致。
차어사여전론미합,왈문장내소쇄지사,각어극전새중구극공영지치。이 말이 앞서 논한 바와 부합하지 못하는 듯하여, 이르기를 서문장은 소쇄한 사람이니, 도리어 아주 가득 메우는 중에도 지극한 여백의 정취를 구축했다고 했다.
* 瀟灑(소쇄) : 맑고 깨끗함. 쇄락(灑落)하다. 소탈하다. 말쑥하고 멋스럽다. 선뜻하다. 자연스럽고 대범하다. 구속을 받지 않다. 시원스럽다. 스마트하다.
* 空靈(공영) : 여백 처리로 신묘한 뜻을 나타내는 것.
* 致(이를 치 / 빽빽할 치) : 풍취(風趣), 경치(景致), 정취(情趣)
夫曰曠若曰密,如於字縫早逗露矣。
부왈광약왈밀,여어자봉조두로의。대저 광활하다고 한 것이나 빽빽하다고 한 것은, 글자 사이에 이미 진의(眞意)를 머금고 있었던 것이리라.
* 字縫(자봉) : 글자와 글자 사이. 자간(子間)
* 露(이슬 로) : 이슬, 진액(津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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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介子園畵譜全集」,대만문화도서공사,1979
이원섭, 홍석창 역, 「完譯介子園畵傳」,능성출판사,1997
장언원 외 지음, 김기주 역, 「중국화론선집」, 미술문화, 2007
【사진출처】
http://gmzm.org/gudaizihua/jieziyuan/index.asp?page=32
https://www.flickr.com/photos/chinese-history-and-art-museum/338460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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