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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시의도권 草亭詩意圖券] - 吳鎭 (오진, 1280~1354)차분하게 그림 읽기 2020. 12. 13. 23:45728x90
화가는 초가정자(草亭)에서 자연, 거문고, 책을 즐기는 자신의 한 평생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끝이 닳아 뭉툭한 붓에 습윤한 먹(湿墨)으로 초야에 묻혀 지내는 심정을 그리고 있다.
송나라 사람들은 산수를 추구하고(宋人丘壑), 원나라 사람들은 필묵을 추구한다(元人筆墨)는 말이 있다. 북송의 산수화는 자유로이 노닐며 살아볼 만한 경치를 추구했다. 산수에 대한 깊은 관찰과 체험으로 산수를 큰 물체(大物)로 인식 되었고, 군자는 이를 닮아 천품을 수양하고자 했다. 산수를 사랑하고 갈망하는 마음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필묵의 사용과 감각표현에 집중 되어 기법과 기교는 더욱 섬세해 졌다.
원대의 화가들은 북송의 자연친화적 산수관을 추구하면서도 산수 자체 보다는 필묵을 사랑하고 추구하는 경향이 커져갔다. 산수화는 하나의 매개체 역할을 할 뿐 중요한 것은 필묵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었다. 오진 역시 그만의 방식으로 중후한 필묵을 구사하여 화면을 흠뻑 적셔놓았다.
【自跋 작가의 제발】
依村構草亭, 端方意匠宏。
의촌구초정, 단방의장굉
林深禽鳥樂, 塵遠竹松淸。
림심금조락, 진원죽송청
泉石俱延賞, 琴書悅性情。
천석구연상, 금서열성정
何當謝凡近, 任適慰平生。
가당사범근, 임적위평생
至正七年丁亥冬十月, 爲元澤戲作草亭詩意。
지정칠년정해동시월, 위원택희작초정시의
梅沙彌書
매사미서
마을 어귀에 초가 정자를 세우니, 단정한 모양새가 그럴듯하다.
숲이 깊어 새들은 노래하고, 속세가 멀어 대나무와 소나무는 맑다.
샘과 돌은 함께 갖추어 감상한지 오래고, 거문고와 책은 사람의 성정을 기쁘게한다.
가까이 있는 모든것이 어찌나 감사한지, 마음껏 즐기는 것으로 평생을 위로하네.
지정7년 정해년(1347년) 겨울 시월, 원택을 위해 초정시의를 즐거이 작업하다.
매사미(오진)가 쓰다.
* 端方(끝 단, 모 방) 얌전하고 바르다. 단정하다.
* 意匠(뜻 의, 장인 장) 의장, 디자인, 시각을 통해 미감을 일으키는 것. 물품의 형상, 모양, 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
* 賞 (상줄 상) 즐기다. 완상하다. 숭상하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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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楳華盦, 嘉興吳鎮仲圭書畫記
매화암, 가흥오진중규서화기
【沈周題跋 심주의 제발】
我愛梅花翁,巨老傳心印。
아애매화옹,거노전심인
脩此水墨缘,種種得蒼潤。
수차수묵연,종종득창윤
樹石墮筆鋒,造化不能吝。
수석타필봉,조화불능인
而今橡林下,我願執掃汛。
이금상림하,아원집소신
後學沈周
후학심주
나는 거노인(거연)이 깨닳은 바를 전하는 매화옹을 사랑한다.
(그는) 이 수묵의 흐름을 수양하여, 가끔 묵색의 창윤함을(푸르고 윤택함) 터득했다.
나무와 바위가 붓끝에서 떨어지니, (그림이 이루어지는) 조화에는 주저함이 없다.
이제는 상수리나무 숲 아래에 계시니, 내가 맡아 주기적으로 비로 쓸고자 하네.
* 심주(沈周, 1427~1509) : 명나라 문인화가. 자는 계남(啓南), 호는 석전(石田), 백석옹(白石翁), 옥전생(玉田生), 유죽거주인(有竹居主人) 등
* 巨老: 거연을 이르는 말.
* 巨然 (거연, 10c 후반) : 남당 금릉(金陵) 개원사(開元寺) 승려, 동원의 추종자, 피마준을 사용하여 흙산을 표현하고 물기 많은 필묵으로 강남산수 표현을 발달시킨다.
* 心印 서로 마음이 통하다. 불교의 선종에서 글이나 말로 나타낼 수 없는 내심(內心)의 깨달음을 이르는 말. 동기창은 오진만이 거연을 물려받았다고 말했다.(巨然衣钵,唯吴仲圭传之。거연의발, 유오중규전지)
* 蒼潤 (墨色蒼潤) : 창윤하다. 푸르고 윤택하다. 힘차고 윤택하다.
* 筆鋒 (붓 필, 칼날 봉) : 붓 끝
* 橡林 : 오진의 집 주위에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있었고, 그는 집 안에 상림정사(橡林精舍)라는 별채를 만들었다. <제묵죽시題墨竹詩>에서 상수리나무 숲의 일개 노서생(橡林一個老書生)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 汛(뿌릴 신) : (계절에 따라) 정기적으로 불어나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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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启南
계남
* 启南(계남) : 심주의 자.
【陳仁濤題跋 진인도의 제발, 1952】
予求梅道人畫二十年不可得。所見多膺鼎, 即故宮所藏山水數軸都不可靠。傳世真迹, 惟《漁父圖》, 《嘉禾八景》與此《草亭詩意》而已。壬辰十月十四日余大病初愈, 居家休養, 研山師忽持此圖相贈。展卷披覽, 頓覺精神沛振, 如服僊藥。同日又得宋拓柳公權《神策軍紀聖德碑》, 及群玉堂藏《真草書千(字)文》, 皆海內孤本。一日得數寶, 欣喜何如, 書以志幸。
여구매도인서이십년불가득。소견다응정, 즉고궁소장산수수축도불가고。전세진적, 유《어부도》, 《가화팔경》여차《초정시의》이기。임진시월십사일여대병초유, 거가휴양, 연산사홀지차도상증。전권피람, 돈각정신패진, 여복선약。동일우득송척유공권《신책군기성덕비》, 급군옥당장《전초서천자문》, 개해내고본。일일득수보, 흔희하여, 서이지행。
陳仁濤識
진인도식
나는 매도인의 그림을 20년간 구했으나 얻을 수 없었다. 생각을 많이해 심중에 품었는데, 고궁이 소장한 다수의 산수화를 당면했을 때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후세에 전하는 (화가의) 참된자취는(진본은), 오직 《어부도》, 《가화팔경》과 이《초정시의》뿐이다. 임진년 10월 14일 나는 큰 병이 비로소 나아, 집에 머물며 휴양했는데, 연산대사가 문득 이 그림을 가지고와 선물해 주었다. 두루마리를 펼쳐보니, 갑자기 정신을 깨우쳐 늪에서 벗어나니, 신선의 약을 복용한것 같다. 같은 날 동시에 송척 유공권의 《신책군기성덕비 神策軍紀聖德碑》와 군옥당이 수장한 《진초서천자문 真草書千(字)文》을 얻으니, 모두 나라안에 하나뿐인 유일본이다. 하루에 다수의 보물을 얻어, 행복한 마음으로 쓰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진인도가 기록함.
* 陳仁濤 (진인도, 1906~1968) 근세 홍콩의 저명한 서화수장가. 저서로 [금궤논화金匱論畵]가 있다.
* 海內 :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라는 뜻. '나라 안'을 일컬음.
* 孤本(외로울 고, 근본 본) : 하나뿐인 서적, 유일본
[印]
陳氏仁濤
진씨인도
【수장인 收藏印】
① 명말청초 이조형(李肇亨, 1592-1664) : 취리이조형서화기 檇李李肇亨書畫記
② 명말청초 양청표(梁清標,1620-1691) : 창암자 蒼巖子, 초림 蕉林, 초림양씨서지인 蕉林梁氏書畫之印, 초림비완 蕉林秘玩, 초림서옥 蕉林書屋, 초림옥립씨도서 蕉林玉立氏圖書, 당촌 棠邨(2번), 당촌심정 棠邨審定
③ 청말 왕의영 (王懿榮, 1845-1900) : 의영 懿榮
④ 근대 이연산 (李研山, 1898-1961) : 쌍철적루 雙銕笛樓(2번), 연산심상 硯山心賞
⑤ 근대 진인도 (陳仁濤, 1906-1968) : 진씨인도 陳氏仁濤, 진인도진장인 陳仁濤珍藏印, 금궤요장·진씨인도 金匱寶藏·陳氏仁濤 (3번), 금궤비급 金匱秘笈, 금궤실 金匱室, 금궤실정감새金匱室精鑒璽 (2번), 금궤실주 金匱室主, 금궤신품 金匱神品, 인도기연 仁濤奇緣
⑥ 崐溟居士
⑦ 林止在㭯生圖書
⑧ 신원미상의 인장 세 개
【감상하기】
www.youtube.com/watch?v=lJYFrW4ez3o&t=27s
【참고도서】
이림찬, 장인용 역, 「중국미술사」, 다비치, 2017
천촨시, 김병식 역, 「중국산수화사2」, 심포니, 2014
【자료및 사진 출처】
www.clevelandart.org/art/196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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