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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재당화학천설 靑在堂畫學淺說 - 들어가는 말.개자원화보 芥子園畵譜/본문읽기 2020. 9. 14. 15:35728x90
* 靑在堂 : 왕안절의 별호
【原文】
鹿柴氏曰:論畫或尚繁, 或尚簡, 繁非也, 簡非也。或謂之易, 或謂之難, 難非也, 易亦非也。或貴有法, 或貴無法, 無法非也, 終於有法更非也。惟先矩度森嚴, 而後超神盡變, 有法之極歸於無法。如顧長康之丹粉灑落, 應手而生綺草。韓斡之乘黃獨擅, 請畫而來神明。則有法可, 無法亦可。惟先埋筆成塚, 研鐵如泥, 十日一水, 五日一石, 而後嘉陵山水。李思訓屢月始成, 吳道元一夕斷手, 則曰難可, 曰易亦可。惟胸貯五岳, 目無全牛, 讀萬卷書, 行萬里路, 馳突董巨之藩籬, 直躋顧鄭之堂奧。若倪雲林之師右丞, 山飛泉立, 而爲水凈林空。若郭恕先之紙鳶放線, 一掃數丈, 而爲台閣牛毛蠶絲, 則繁亦可, 簡亦未始不可。然欲無法必先有法, 欲易先難, 欲練筆簡凈必入手繁縟。
【飜譯】
녹시씨가 말했다. 그림을 논함에 있어서 어떤 이는 복잡한 것을 높이 여기고, 어떤 이는 간단한 것을 높이 여기니, 복잡함은 옳지 않고, 간단함도 옳지 않다. 어떤 이는 쉽다 하고, 어떤 이는 어렵다 하니, 어려운 것은 옳지 않고, 쉬운 것 역시 옳지 않다. 어떤 이는 유법을 귀하게 여기고, 어떤 이는 무법을 귀하게 여기는데, 무법은 옳지 않고, 유법에서 마치는 것은 더욱 옳지 않다.
생각건대 먼저 법식이 삼엄하고, 이후에 신의 경지를 초월하여 변화를 완수하는 것이니, 유법의 극은 무법으로 돌아간다. 가령 고장강(고개지)의 채색은 쇄락하니, 손을 따라 아름다운 화초가 생겨났고, 한간의 말(말 그림)은 오직 뜻대로 되어, 그림을 청해 신명이 찾아오니, 즉 유법은 옳고(한간), 무법도 역시 옳다.(고개지)
생각건대 먼저 붓을 묻어 무덤을 이루고, 쇠 벼루를 갈아 진흙과 같이하니, 열흘에 물 하나(그리고), 오일에 돌 하나(그리니), 이후에 가릉의 산수라. 이사훈은 수개월 만에 비로소 완성했고, 오도원은 하룻밤에 그리기를 마치니, 즉 어려운 것(難)이 옳다 하고, 쉬운 것(易) 역시 옳다 하겠다.
생각건대 가슴에 오악을 담고, 숙달된 경지에 이르러,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걸어, 동원과 거연의 경계로 맹렬히 달려가면, 곧 고개지와 정법사의 깊은 경지에 오른다. 가령 예운림은 왕우승을 배우듯, 산은 높고 샘은 이루었으나, 물은 맑고 숲은 공허하게 하였다. 곽서선은 종이연에 선을 그리듯, 몇 장의 길이를 한 번에 그렸는데, 대각은 소털과 고치실처럼 그리니, 즉 번잡함은 역시 옳고, 간단함도 역시 옳지 않다 할 수 없다.
그러나 무법하고자 하면 먼저 유법 해야 하고, 쉽고자 하면 먼저 삼가고, 붓을 단련하는데 간결하고자 하면 번다함을 입수해야 한다. 육법, 육요, 육장, 삼병, 십이기를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解釋】
鹿柴氏曰:論畫或尚繁, 或尚簡, 繁非也, 簡非也。
녹시씨왈 : 논화혹상번, 혹상간, 번비야, 간비야。
녹시씨가 말했다. 그림을 논함에 있어서 어떤 이는 번잡함을 숭상하고, 어떤 이는 간결함을 숭상하니, 번잡함은 옳지 않고, 간단함도 옳지 않다.
* 鹿柴氏 : 왕안절의 별호
* 淺說 [얕을 천, 말씀 설] 상식, 평이한 설명
或謂之易, 或謂之難, 難非也, 易亦非也。
혹위지이, 혹위지난, 난비야, 이역비야。
어떤 이는 쉽다 하고, 어떤 이는 어렵다 하니, 어려운 것은 옳지 않고, 쉬운 것 역시 옳지 않다.
或貴有法, 或貴無法, 無法非也, 終於有法更非也。
혹귀유법, 혹귀무법, 무법비야, 종어유법갱비야。
어떤 이는 유법을 귀하게 여기고, 어떤 이는 무법을 귀하게 여기는데, 무법은 옳지 않고, 유법에서 마치는 것은 더욱 옳지 않다.
惟先矩度森嚴, 而後超神盡變, 有法之極歸於無法。
수선구도삼엄, 이후초신진변, 유법지극귀어무법。
생각건대 먼저 법식이 삼엄하고, 이후에 신의 경지를 초월하여 변화를 완수하는 것이니, 유법의 극은 무법으로 돌아간다.
* 矩度 [법도 구, 법도 도] 법도, 법칙
* 超神盡變 : 변화가 자유자재인 것.
如顧長康之丹粉灑落, 應手而生綺草, 韓斡之乘黃獨擅, 請畫而來神明, 則有法可, 無法亦可。
여고장강지단분쇄락, 응수이생기초, 한간지승황독천, 청화이래신명, 즉유법가, 무법역가。
가령 장강(고개지)의 채색은 쇄락하여, 손을 따라 아름다운 화초가 생겨났고, 한간의 말(말 그림)은 오직 뜻대로 되어, 그림을 청해 신명이 찾아오니, 즉 유법은 옳고(한간), 무법도 역시 옳다.(고개지)
* 丹粉 : 채색
* 灑落 [뿌릴쇄, 떨어질 락] 개운하고 깨끗함,
* 顧長康(345-405) 고개지는 박학하고 재기 있고(才絶), 그림을 잘 그리며(畵絶), 해학을 좋아해(痴絶) 삼절(三絶)이라 불렸다. 재능에 막힘이 없고, 풍격(風格)은 우아하고 소탈했다.
* 韓斡(약 751-781) 唐 玄宗때 궁정화가, 인물과 특히 말 그림에 뛰어남. 말 그림으로 신의 경지에 이르렀던 사람 (唐世畫馬入神者), 전대의 그림을 배우기보다 자연을 관찰하여 배우는 사실주의 창작 원칙을 선호하였다.
* 乘黃 : 궁중에서 기르던 말의 이름.
* 獨擅 [홀로 독, 멋대로할 천] 제 마음대로 쥐고 흔듦. 자기 뜻대로 하다. 하고 싶은 대로 하다.
* 請畫而來神明 : <遵生八牋>에 전하는 말 - 韓斡畫馬神人來索
* 당말 장언원은 역대명화기에서 상고(晋, 宋, 4-5c), 중고(隋, 581-681), 근대(初唐, 盛唐, 8c초까지), 금인 시대(晩唐)의 그림을 비교했다. 고개지가 속한 상고시대 그림은 자취가 간결하고, 뜻이 담박하여, 우아하고 바르다고 했고, 한간이 속한 근대 그림은 화려하고 기술의 완벽함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上古之畫 迹簡意膽而雅正 顧陸之流是也。... 近代之畫 煥爛而求備。 <歷代名畫記-論畫六法>
惟先埋筆成塚, 研鐵如泥, 十日一水, 五日一石, 而後嘉陵山水。
수선매필성총, 연쇠여니, 십일일수, 오일일석, 이후가릉산수。
생각건대 먼저 붓을 묻어 무덤을 이루고, 쇠 벼루를 갈아 진흙과 같이 하니, 열흘에 물 하나(그리고), 오일에 돌 하나(그리니), 이후에 가릉의 산수라.
* 埋筆成塚 : <尙書故實>에 隋의 승려 智永이 서예 공부중 몽당붓(退筆)을 모은 독이 열 개나 되었다. 이것을 땅에 묻고 묘비를 퇴필총(退筆塚)이라 했다.
* 研鐵 [갈 연, 쇠 철] 상유한(桑維翰)의 고사 이야기. 상유한이 진사과에 급제했다. 상관이 그의 이름에 桑과 喪의 음이 같다 하여 싫어했다. 누군가 전근 갈 것을 권했으나 그는 쇠 벼루(鐵硯)를 가리키며 벼루가 닳으면 가겠다고 거절했다.
* 十日一水, 五日一石 : 두보의 시에 戱題王宰畵山水歌(희제왕제화산수가) 중에. 十日畫一水, 五日畫一石, 能事不受相促迫 (...) 십일에 물 하나 그리고, 오일에 돌 하나 그리니, 능사는 상대방의 재촉을 받지 않는다.
* 嘉陵 : 가릉강은 四川省의 四川중 하나. 산수가 기이하고 뛰어나 승경으로 꼽힌다. 唐 현종이 가릉강(嘉陵)의 승경을 오도자와 이사훈에게 각각 그리게 했다. 오도자는 가릉 삼백 리를 단 하루에 그려내는 속필을 구사했고, 이사훈은 몇 달에 걸쳐 치밀하게 완성했다. 현종은 이사훈의 공들인 수개월과 오도원의 하루의 자취가 다 극묘하다고 칭찬했다.
李思訓屢月始成, 吳道元一夕斷手, 則曰難可, 曰易亦可。
이사훈누월시성, 오도원일석단수, 즉왈난가, 왈이역가。
이사훈은 수개월 만에 비로소 완성했고, 오도원은 하룻밤에 그리기를 마쳤으니, 즉 어려운 것(難)이 옳다 하고, 쉬운 것(易) 역시 옳다 하겠다.
* 李思訓(651-716) 唐의 宗室, 측천무후 정권의 박해를 피해 은둔하여 그림에 열중함. 전자건을 계승한 금벽 산수의 창시자. 북종화의 시조.
* 吳道元(약 685~758) : 唐 명화가로 화성(畫聖)이라 일컬어짐. 원명은 道子, 당 현종이 道玄으로 개명하게 함. 필치가 호방하여 큰 화폭과 벽화를 많이 그렸다. 닮은 것을 추구하지 않고 간단한 채색을 선호하였다. 그의 진작은 전하지 않고 성당 이후의 작품에서 그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 斷手 [끊을 단, 손 수] 그리기를 마침
惟胸貯五岳, 目無全牛, 讀萬卷書, 行萬里路, 馳突董巨之藩籬, 直躋顧鄭之堂奧。
수흉저오악, 목무전우, 독만권서, 행만리로, 치돌동거지번리, 직제고정지당오。
생각건대 가슴에 오악을 담고, 숙달된 경지에 이르러,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걸어, 동원과 거연의 경계로 맹렬히 달려가면, 곧 고개지와 정법사의 깊은 경지에 오른다.
* 五岳 : 중국의 이름난 다섯 산. 동악태산(東岳泰山), 서악화산(西岳華山), 남악형산(南岳衡山), 북악항산(北岳恒山), 중악숭산(中岳嵩山)
* 目無全牛 : 눈에 소의 전체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살과 뼈의 구조만 보이다, 기술이 대단히 숙달된 경지. 始臣之解牛之時, 所見無非全牛者. 三年之後, 未嘗見全牛也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 편>
* 董巨 : 동원(董源)과 거연(巨然), 오대말 북송초의 전환기를 살았던 화가. 동원(943-962?) 은 산수, 인물, 동물 등 두루 잘 그렸고, 특히 산수에 뛰어났다. 수묵은 왕유와 같고 착색은 이사훈과 같았다 일컬어진다, 자는 숙달(叔達). 거연은 동원의 제자로, 그와 함께 남종화의 시조로 일컬어진다.
* 藩籬 [울타리 번, 울타리 리]
* 顧鄭 : 고개지(顧愷之)와 정법사(鄭法士), 정법사는 북조 말에서 隋대에 걸친 과도기에 활동하였다. 장승요의 화법을 배워 도석인물화에 능했다.
* 堂奧 [집 당, 깊을 오] 안방의 깊숙한 곳, 내지, 오지, 중심구역, 학문의 심원한 경지
若倪雲林之師右丞, 山飛泉立, 而爲水凈林空。
약예운림지사우승, 산비천립, 이위수정임공。
가령 예운림은 왕우승을 배우듯, 산은 높고 샘은 이루었으나, 물은 맑고 숲은 공허하게 하였다.
* 倪雲林(1301-1374) 원나라 화가, 본명은 찬(倪瓚), 호가 운림(雲林). 字는 원진(元眞), 그는 먹을 금처럼 아껴 화면에 붓질이 많지 않고 빈 공간이 많았다. 빈 공간에는 쓸쓸함이 가득하여 품격이 담담하고 간결했다.
* 右丞: 왕유王維(699-759)를 말함. 唐 시인, 음악가, 화가, 화론가, 자는 마힐(摩詰), 상서우승(尚書右丞)의 벼슬을 하여 왕우승이라 불린다. 시정이 깃든 파묵산수를 시작하여 남종 문인화의 시조로 꼽힌다.
* 山飛泉立 : 산수화에서 생동하는 기운이 있는 것.
若郭恕先之紙鳶放線, 一掃數丈, 而爲台閣牛毛蠶絲, 則繁亦可, 簡亦未始不可。
약곽서선지지연방선, 일소수장, 이위대각우모잠사, 즉번역가, 간역미여불가。
곽서선은 종이연에 선을 그리듯, 몇 장의 길이를 한 번에 그렸는데, 대각은 소털과 고치실처럼 그리니, 즉 번잡함은 역시 옳고, 간단함도 역시 옳지 않다 할 수 없다.
* 郭恕先: 곽충서郭忠恕(10c 후반경 활동) 자는 서선(恕先), 그림은 관동(關仝)을 배웠다.
* 丈 [어른 장] 길이의 단위를 표시. 한 장은 10척(3.3m).
* 未始(未尝) : 일찍이 ~ 한 적이 없다. ~이라고 할 수 없다.
然欲無法必先有法, 欲易先難, 欲練筆簡凈必入手繁縟。
연욕무법필선유법, 욕이선난, 욕연필간정필입수번욕。
그러나 무법하고자 하면 먼저 유법 해야 하고, 쉽고자 하면 먼저 삼가고, 붓을 단련하는데 간결하고자 하면 번다함을 입수해야 한다.
六法, 六要, 六長, 三病, 十二忌, 蓋可忽乎哉!
육법, 육요, 육장, 삼병, 십이기, 합가홀호재!
육법, 육요, 육장, 삼병, 십이기를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참고도서
「介子園畵譜全集」, 대만 문화도서 공사, 1979
이원섭, 홍석창 역, 「完譯介子園畵傳」, 능성 출판사, 1997
장언원 외 지음, 김기주 역, 「중국화론 선집」, 미술문화, 2007
이림찬 지음, 장인용 역, 「중국미술사」, 다비치, 2017
사진출처
www.gmzm.org/?gujitushu/gaiziyuanhuachuan.html
북경고궁박물원
minghuaji.dpm.org.cn/paint/detail?id=69037b434240e1bbaa99067ca79e94f3
대만국립고궁박물원
theme.npm.edu.tw/khan/Article.aspx?sNo=02009115&author=%E5%80%AA%E7%93%9A&key=%E5%80%AA%E7%93%9A
painting.npm.gov.tw/SearchP.aspx
메트로폴리탄미술관
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39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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