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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원화전 芥子園畵傳」개자원화보 芥子園畵譜/본문읽기 2020. 9. 7. 10:08728x90
작품을 하려 해도 화상畫想이 떠오르지 않을 때
이 책을 펼쳐 들고 그 실마리를 잡고자 하면
곧 손끝에서 바람이 일 듯 영감靈感이 샘솟게 마련이다...
「개자원화전 芥子園畵傳」 서문
「개자원화전 芥子園畵傳」은 동양회화의 이론과 실기를 설명한 학습서다.
이 책은 산수, 사군자(매난국죽), 화훼, 영모, 인물 등의 화목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각각 화론의 요지와 기법을 정리했다. 기법은 재료, 수묵, 채색에 이르기까지 회화의 구체적인 방법을 언급하여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다수의 명화를 함께 실어 좋은 그림을 모사 함으로써 옛사람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했다.
초집初集은 왕개王槪 가 출판한 「산수수석보山水水石譜」이다. 이것은 이유방李流芳 1 이 고대 명화를 수집하여 정리한 「산수화보山水畵譜」를 3년간 증보 편찬한 것이다. 1679년에 1집이 발간되었고, 1791년에 제2집, 제3집, 1818년에 제4집이 차례대로 간행되었다. 2
명말청초 인쇄술의 발달과 사군자, 화조화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다양한 구성의 화보畵譜 들이 유행했다. 화가는 물론 감상자, 수장가들에 이르기까지 미술시장의 저변이 확대되던 시기에 개자원화전이 출판되었는데, 「고씨화보顧氏畵譜」, 「십죽재화보十竹齋畵譜」와 더불어 인기리에 유포되었다. 그 기세에 힘입어 서적은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까지 전해졌고, 화법을 익히는 초학자들에게 교과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 3
◆「개자원화전 芥子園畵傳」의 의미◆
개자원 芥子園은 장쑤 성江蘇省 금릉현金陵縣의 옛 도읍, 남경南京에 살던 이어李漁 의 별장 이름이다. 이 별장 안에는 작은 언덕이 있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겨자씨芥子 모양을 닮아서 별장 이름을 개자원이라고 불렀다. 화전畵傳은 예로부터 회화에 대해 전해오는 것을 기록한 서적을 의미한다. 즉 개자원화전은 개자원에서 엮은 책이라는 의미이다. 4
입옹영감(이어)은 명말 대부호이자 산수를 사랑하는 예술 애호가였다. 그러나 스스로 산수를 그리지 못하는 것이 매우 한스러웠다. 당시 인물人物, 화훼花卉, 영모翎毛 등에 대한 화보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산수에 대해서는 화보로 전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가까운 화가들에게 산수화 제작법을 문의해 보았으나, 그 대답은 시원치 못했다. 화가들은 산수는 마음으로 터득하는 것일 뿐, 어떤 형식을 통해 가르치기 곤란하다고 말할 뿐이었다. 입옹은 이러한 사정을 사위인 심심우沈心友에게 털어 놓으며 하소연했다. 이때 고전에 일가견이 있던 사위 인백은 책 한 권을 장인에게 내밀었는데, 이것이 명말 화가 이유방이 고대 명화를 수집하여 한데 묶은 「산수화보山水畵譜」였다. 기쁜 마음으로 책을 받아 본 입옹이 다만 순서와 계통이 서 있지 않아 아쉽다는 마음을 전하자, 사위는 다른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이유방의 「산수화보山水畵譜」에 삽화와 명화를 풍부하게 수록하고 순서를 바로잡았다고 했다. 심심우는 「산수화보山水畵譜」를 입수하고 계자원에서 왕안절을 초빙하여 증보 편찬하기 시작했는데, 3년 만에 작업을 마무리했던 것이다. 책을 보고 이어는 기뻐하며 출판을 서두르게 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책이 개자원화전 제1집 「산수수석보 山水水石譜」이다. 5
◆「개자원화전 芥子園畵傳」의 간행 경위◆
1679 제1집 『산수 수석보山水水石譜』
1701 제2집 『난죽 매국보(蘭竹梅菊譜)』, 제3집 『초충영모 화훼보(初蟲翎毛花卉譜)』
1818 제4집 『인물 화보 山水水石譜』
1집에 이어 2, 3집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사업의 후원자였던 입옹영감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사위인 심심우가 그의 뜻을 이어 속편을 제작했다. 속편에는 초집의 편집자 왕안절과 그의 형제 왕시王蓍, 왕얼王臬 삼 형제가 함께 참여했다. 초집에 관여했던 각공 역시 세상을 떠나고 없었으므로, 글자字와 그림畵을 능숙하게 판각할 명각공을 찾는데만 18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전한다. 1818년 출판된 4집 인물화보는 개자원과 상관없이 이름만 차용한 것이다.
나는 평생 산수를 사랑했다.
그러나 다른 이의 산수를 감상할 뿐 스스로 그리는 것에 능하지 못했다.
무릇 다른 이의 그림을 보고 받는 감동은 밖에서 오고
스스로 그려 느끼는 감동은 마음에서 솟아오르니,
반드시 깊고 얕음에 차이가 있다.
「개자원화전 芥子園畵傳」 입옹영감 서문
◆참고도서◆
「介子園畵譜全集」, 대만 문화도서 공사, 1979
이원섭, 홍석창 역, 「完譯介子園畵傳」, 능성 출판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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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왕개 王槪(1662~1722) 청초 화가. 자는 안절安節(굴곡 없이 편안함), 호는 녹시柴鹿, 청재당靑在堂 [본문으로]
- 1) 이유방李流芳(1575-1629) : 명말 화가, 호는 단원檀園, 관직에 뜻이 없어 시, 서, 화를 벗하여 문인화가로 일생을 보냄. 동기창과 더불어 화중구우畫中九友(그림을 통한 아홉 친구)로 꼽힌 이름난 화가이다. [본문으로]
- 3) 화보畵譜:화가의 전통, 계통 등을 적은 책, 여러 그림을 모아 분류, 정리한 책. 북송의 휘종 황제가 궁에 소장하고 있던 역대 명화를 기록해 놓은 《선화화보宣和畫譜》에서 비롯된 말. [본문으로]
- 4) 이어李漁(1611-1780): 명말청초 소설가, 희곡가, 예술 애호가, 호는 입옹笠翁 [본문으로]
- 5) 심심우沈心友 : 자는 인백因伯, 호 서영西冷, 고인암古人庵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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