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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만들어진 삼국지, 어떤 판본이 있을까?삼국지/그림으로 보는 삼국지 2021. 8. 15. 00:01728x90
역사서 『삼국지』가 소설 『삼국지연의』가 되고,
또 그림책 『삼국지』가 되고, 그리고 또...
285년, 서진(西晉)의 진수(陳壽)가 기전체(紀傳體)로 쓴 역사서 『삼국지』를 세상에 내 놓았다. 진수의 『삼국지』는 진(晉)이 오(吳)를 멸하고 삼국을 통일한지 5년만에 완성한 만큼, 동시대의 역사가가 써내려간 역사서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만 그 내용이 간략하여 아쉬움이 있었기에 남북조시대 송(宋)나라의 문제(文帝)가 『삼국지』에 주를 달아 내용을 보충하도록 했다. 이 일을 맡은 배송지(裴松之)는 140여종의 사서를 풍부하게 인용하여 429년에 『삼국지』의 주(注)를 완성한다. 본문의 몇배가 되는 방대한 분량으로 난세를 살아간 인물들과 그들의 일화를 다각적으로 조명하게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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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수(陳壽, 233~297) 삼국지의 저자. 진수의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구분하여 흔히 정사삼국지라고 부름. 삼국시대 촉한과 서진의 관료생활을 함. 자는 승조(承祚).
* 기전체 紀傳體 : 역사 서술 방법의 하나. 인물을 중심으로 전기(傳記)를 나열한 역사 기술 방법.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시작. 제왕의 전기인 본기(本紀), 신하의 전기인 열전(列傳)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배송지(裴松之, 372~451) 동진의 정치가이자, 남북조시대 송나라의 역사학자. 진수의 삼국지에 주를 달았다.
이후로 삼국지 이야기는 민중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당송시대를 거쳐 널리 구전되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이야기꾼들은 역사적 사실에 신화와 전설 등의 로맨스를 가미해 보다 극적인 이야기들을 꾸며냈다. 이야기가 살아숨쉬는 에너지를 획득하는 과정이었다. 송대(宋代)에는 설화인(說話人)이라는 전문 이야기꾼이 출현했고, 그들은 화본(話本) 또는 평화(平話)라 불리는 대본을 만들어 공연했다. 산문과 운문, 이야기와 노래가 어우러진 공연은 민간문예의 한 줄기를 담당하며 대중의 큰 사랑과 호응을 얻었다.
민중이 보다 쉽고 재밌게 삼국지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공연의 대본을 삽화와 함께 인쇄한 그림책이 있었다. 수당대에 걸쳐 인쇄술이 체계를 갖추고, 원대와 명청대에 출판이 성행하면서 강창(講唱)과 잡극(雜劇)등의 공연대본이 독서물로 인쇄되었다. 대표적인 그림책으로 원나라 지치(至治, 1321~1323) 년간에 인쇄된 『전상평화삼국지 全相平话三国志』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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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이야기꾼 : 당대(唐代)에는 불교의 교리를 대중에게 설명하는 속강승(俗講僧)이 있었다. 불화의 한 종류인 변상도(變相圖)를 설명하는 변문(變文)이 속강의 대본 이었다. 이야기(講)와 노래(唱)를 아우르는 방법으로 대중에게 다가선 문예활동은 강창문학(講唱文學)으로 발전한다. 이야기의 주제가 종교 교화의 내용에서 차츰 풍속화되면서 대중앞의 화자는 승려가 아닌 전문 직업인으로 변모했다. 송대(宋代)에는 전문 이야기꾼, 즉 설화인(說話人)의 극장 공연이 이루어졌고 풍자극의 일종인 잡극(雜劇)이 발달하여 원(元)으로 이어진다.
*평화(平話) : 평화(평화評話)를 의미함. 옛사람들의 비평시를 곳곳에 삽입하여 유래된 말.
*지치至治 : 원나라 영종(英宗)의 연호. 1321-1323
삼국지 이야기는 원이 망하고 명이 건국되면서 시류에 맞춰 또 한번 크게 변화한다. 원말명초 나관중이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완성하면서 연의체(演義體) 장편소설을 선보인것이다. 새로운 문학장르의 출현은 『삼국지三國志』와 그 『주注』, 『후한서後漢書』, 『진서晉書』 등의 역사서와 화본(話本)이나 희곡(戱曲)등의 삼국고사, 그리고 민간설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 자료가 축적된 결과였다. 『삼국지연의』는 1522년 『가정본 嘉靖本』이 인쇄된 이후로 수백년에 걸쳐 여러 판본이 출간되었다. 많은 문인들이 삼국지를 평하며 나름의 수정과 재편집의 과정을 이어 나갔는데, 대표적으로 명대의 『이탁오본李卓吾本』 과 청대의 『모종강본 毛宗崗本』이 있다. 특히 『모종강본』은 지금까지도 대중이 가장 많이 접하는 판본으로, 나관중의『가정본 嘉靖本』에 모종강의 비평을 더하여 1679년, 강희18년에 출간한 것이다.
그림책은 원대에 이어 명청대에 보다 다양한 출판이 이루어졌다. 역사적 사실이 있었고,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그 이야기는 시류를 반영하며 다양한 매체와 만나 새로운 이야기방식을 획득하곤 했다. 원대와 명청대에 급증한 그림책은 어떤 삽화를 수록하여 삼국지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총 6개의 판본을 통해 "같은 이야기, 다른 느낌의 삽화"를 비교해 보면 삼국지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신간전상평화삼국지 新刊全相平话三国志』, 1321~1323(지치년간)
2.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만권루본 萬卷樓本』, 1591년(만력19년)
3. 『이탁오선생비평 삼국지 李卓吾先生批評 三國志』, 1573~1620(만력연간)
4. 『경본통속연의안감삼국지전京本通俗演義按鑒三國志傳』, 1605년(만력33년)
5. 『유향당회상삼국지(遺香堂繪像三國志)』, 명말
6. 『모성산평점삼국지 毛聲山評點三國志』, 청초* 연의체(演義體) : 사실(事實)을 부연(敷衍)하여 재미나게 설명한 책(冊)이나 창극(唱劇). / 演(펴다, 늘이다. 부연하다. 자세히 설명하다. 넓히다.) 義(의미, 의의, 우의)
* 희곡(戱曲) : 이민족의 나라 원나라가 들어서면서 한족의 많은 지식인들은 민족차별정책으로 등용문이 사라렸다. 많은 문인들은 은둔하여 붓으로 그 울분과 민중(한족)의 요구를 써내려 갔으니, 희곡(戱曲)이라는 문학장르가 발달하게 되었다.
* 『이탁오본李卓吾本』 : 명말, 이지(李贄, 1527~1602)가 나관중의 삼국지를 평한 『이탁오선생비평삼국지 李卓吾先生批評三國志』를 말함.
* 『가정본 嘉靖本』 :가정(嘉靖) 임오년(壬午年), 즉 1522년에 간행된 『삼국지통속연의 三國志通俗演義』, 수염자 장상덕()의 서문이 있음.
* 『모종강본 毛宗崗本』 : 청초, 모종강이 쓴 『모종강비평본제일재자서수상삼국지연의 毛宗崗批評本 第一才子書 繡像三國志演義』를 말함.
*만력萬曆: 명나라 신종(神宗) 만력제(萬曆帝)의 연호. 1573~1620
1. 『삼국지평화 三國志平話』 : 1321~1323(지치至治 년간)
『신간전상평화삼국지 新刊全相平話三國志』를 말한다. 전상(全相)은 삽화를 수록했다는 말이다. 평화(平話)는 이야기 사이에 비평시를 삽입한 평화(評話)를 의미하며, 공연대본을 이르는 말이다. 이야기 대본에 삽화를 더해 출판한 그림책에도 평화라는 말을 붙여 사용했다. 지면 상단에 그림을 배치하고 아래에 글을 배치했으며, 지치년간 신안현(新安), 우씨(虞氏)가 출판한 기록물이 전하고 있다.
【이미지】
http://www.gmzm.org/?gujitushu/quanxiangpinghua.html
2. 『만권루본 萬卷樓本』 : 1591년(만력 19년)
『신간교정고본대자음석삼국지통속연의 新刊校正古本大字音释三国志通俗演義』를 말한다. 남경의 만권루에서 간행되어 일명 『만권루본』이라 불린다. 고본(古本)은 1522년 나관중의 연의가 최초로 인쇄된 『가정임오본 嘉靖壬午本』을 말한다.
【이미지】
http://www.gmzm.org/?gujitushu/sanguozhitongsuyanyi.html
3. 『이탁오선생비평삼국지 李卓吾先生批評三國志』 : 1573~1620(만력연간)
탁오(卓吾)는 이책의 평자 이지 (李贄, 1527~1602)의 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일명 『이탁오본 李卓吾本』이라 부른다.
【이미지】
https://www.wul.waseda.ac.jp/kotenseki/html/he21/he21_03536/index.html
https://www.wdl.org/zh/item/11400/
4. 『경본통속연의안감삼국지전京本通俗演義按鑒三國志傳』 : 1605년(만력萬曆 33년)
『신계경본교정통속연의안감삼국지전 新锲京本通俗演義按鑒三國志傳』을 말한다. 명(明) 만력(萬曆) 33년 정씨(郑氏)가 연휘당(联辉堂) 삼원관(三垣馆)에서 간행했다.
【이미지】
http://www.gmzm.org/?gujitushu/jingbentongsuyanyianjiansanguozhichuan.html
5. 『유향당회상삼국지 遺香堂繪像三國志』 : 명말明末
명말(明末) 안휘성(安徽) 신안현(新安) 황씨(黄氏)가 판각했다.
【이미지】
http://www.gmzm.org/?gujitushu/huixiangsanguozhi.html
6. 『모성산평점삼국지 毛聲山評點三國志』 : 청초淸初
평점(評点)은 지면의 상단이나 여백에 평(評)과 주석을 달고 특징적인 문장에 동그라미를 쳐 표시한 것을 말한다. 이 책의 삽화는 『이탁오선생비평삼국지 李卓吾先生批評三國志』와 도상이 유사하지만 세밀한 묘사가 조금씩 다른면이 있다.
【이미지】http://www.gmzm.org/?gujitushu/huixiangsanguozhi.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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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나관중 지음, 이문열 평역, 「삼국지」, 민음사, 2003나관중 지음, 모종강 정리, 송도진 옮김, 「삼국지」, 글항아리, 2019
바운드 지음, 전경아 역, 마츠다 타카시 감수, 「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 이다미디어, 2018서성 지음, 「삼국지, 그림으로 만나다」, 천지인,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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